팔당호는 한없이 너그럽다.
수도권에 사는 2천6백만 주민들이 마실 물을 매일 7,810만 톤씩 내어 주고, 연간 450만kW의 전기도 나온다. 또한 수질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어 언제 찾든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와 떨어지지 못한 채 잠시도 쉬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아무 생각 없이 푸른 물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여름 팔당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만의 ‘물멍’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이 만난다고 하여 ‘두물머리’로 불리는 이곳은 팔당댐으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기 전까지 나루터로 쓰였다.
여름에 두물머리를 따라 걷고 있자면 발아래로 활짝 핀 연꽃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사람들은 두물머리 한쪽에 놓인 커다란 액자에 앉아 풍경의 일부가 된다. 두물머리는 해가 나온 날, 구름 낀 날, 비 내리는 날,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어 언제 찾아도 좋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북적이는 곳이지만, 한적한 풍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두물머리 주변 명소와 함께 묶어 평일 하루의 시간을 투자해 보자.
▣ 세미원
부지런한 매미 한 마리가 한낮부터 힘찬 소리로 우는 걸 보니 이제 연꽃을 보러 갈 때가 왔다.
두물머리에서 2km 정도 떨어진 세미원은 물과 꽃이 가득한 정원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7월 초부터 연꽃 문화제가 시작되는데, 연꽃 개화가 한창인 7월 말부터 8월 초에는 한낮에도 불 밝힌 전등을 물 위에 한가득 띄워놓은 것 같다.
땀을 뻘뻘 흘리다가도 활짝 피어있는 연꽃을 보고 있노라면 더위를 잠시 잊게 된다. 추사 김정희 선생과 제자와의 우정을 기리는 세한정 자리에서 담벼락 너머로 바라보는 팔당호의 경치도 일품이다. 세미원을 들어올 때는 더위와 함께였지만 나갈 때는 마음속에 은은한 연꽃 항만 남는다.
▣ 한강물환경생태관
아이들과 함께 두물머리에 왔다면 ‘한강물환경생태관’을 꼭 방문해보자.
두물머리 입구에서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생태관은 팔당호의 생태변화와 물 환경을 연구하는 ‘한강물환경연구소’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내부 전시실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한강의 수중 생태와 문화,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꾸며 놓았고, 작은 수족관에는 한강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체험 시설은 대부분 반응형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과 이것저것 만져보며 깔깔거리기에 좋다.
▣ 경기도 팔당전망대
팔당호의 남면을 감싸고 도는 342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보면 ‘저 건물은 무슨 건물이지?’하고 궁금증을 일으키는 곳이 있다. 바로 팔당호를 관리하는 경기도 수자원본부로, 이곳 9층에 경기도 팔당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들어서자마자 통유리창 밖으로 족자도, 예봉산, 운길산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펼쳐진다.
전망대 한편에는 팔당호의 역사와 현황, 물의 순환과 정수 과정, 수력발전 등 다양한 교육적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팔당물환경전시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음료 가격이 저렴해서 경치가 기막힌 카페에 방문한 양 물멍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 팔당호 생태학습선
직접 배를 타고 팔당호 경치를 구경하는 방법이 있다.
‘한강물환경연구소’ 옆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팔당호 생태학습선을 타면 된다.
생태학습선은 양수리환경생태공원과 팔당댐, 두물머리를 지나며 팔당호 한 바퀴를 시원스럽게 달린다. 코스에 따라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팔당호의 자연과 생태를 배우고 한강의 수질을 직접 측정해본다. 다만 배가 움직이는 동안 마음대로 선체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바깥에서 구경할 수 있는 시간도 짧은 것이 아쉽다.
TIP 팔당호 생태학습선 예약 방법
생태학습선 이용료는 따로 없이 인터넷으로 신청만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생태체험 통합시스템(http://www.hanriver.or.kr)에서 ‘생태학습선’을 클릭 후 신청한다.
단,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만 운영하며 체험일 14일 전에 예약을 마감하고,
하루 신청 인원이 5인 미만 시에는 운항이 취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