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좋을

이보다 좋을 水 : 남한강이 빚은 역사 따라 멋 따라- 충주 여행 충주 남한강 풍경

충주시는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바다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시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남한강 덕분에 ‘물의 도시’라 불린다.

태백의 금대봉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영월에서 평창강, 주천강과 합류한 후 단양을 거쳐 충주에 다다른다. 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피어났던 역사는 고스란히 충주의 남한강 유역에 남았다. 그 오래전 삼국시대부터 치열한 각축지였던 충주 남한강 유역. 충주에서 한강 물에 배를 띄우면 사흘 만에 서울까지 닿았기 때문에 예부터 귀하게 여겨지던 내륙 수운로였다. 1930년 서울과 내륙 지역을 잇는 철도가 생긴 후 뱃길은 끊겼지만, 나지막한 구릉들이 솟아 있는 남한강 유역은 여전히 충주의 정체성이다.

탄금대 숲길을 따라 걷다가 사방으로 열린 강물을 만나면 어디선가 청아한 가야금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충주 탄금대는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하나인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하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 임진왜란 때는 전투에서 패색이 완연해지자 신립 장군이 이 탄금대에 올라가 활을 무수히 당겼다는데, 깍지를 낀 손에 열이 나자 남한강에 뛰어들어 식히고 다시 올라 쏘고를 반복하다가 화살이 다 떨어지자 투신을 했다고 전해진다. 탄금대 주차장에서부터 울창한 송림이 우거진 길을 따라 들어간다. 야트막한 언덕 위로 올라간다 싶었을 때쯤 정자 아래로 강가 절벽을 향하는 계단이 이어지는데, 이곳이 바로 탄금대다. 탄금대를 감싸듯 절벽을 따라 휘감아 도는 남한강이 그야말로 절경을 이루는 곳. 계명산, 남산과 어우러진 남한강의 풍경이 충주의 드넓은 평야 지대를 따라 그림처럼 펼쳐진다. 탄금대에 서면 왜 우륵이 이곳에서 가야금을 연주했는지를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탄금대는 이곳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던 우륵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생태탐방길-중원문화길1코스 드넓은 강폭을 가득 채운 강물이 잔잔하고 소리 없이 흘러가니,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평화 그 자체다. 고요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포근한 남한강의 특징은 충주의 생태 탐방길인 중원문화길 1코스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8km가량 이어지는 1코스는 탄금대에서 출발해 충주세계무술공원 옆 남한강 자전거길과 이어진다. 강변을 따라가는 길 양옆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가득 피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데, 솔솔 불어오는 강바람마저 시원하다. 짧은 구름다리도 건너고 중간중간 옆으로 빠지는 나무 데크길이 등장해 걷는 재미가 쏠쏠한 길. 강변의 넓은 공터에서 서너 명씩 모여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노년들의 모습도 한없이 평화롭다. 길은 목행교로 남한강을 가로지른 후 충주자연생태체험관까지 이어진다. 다만 걷기길 내내 그늘이 거의 없어서 무더운 한낮은 피하는 게 좋다. 생태탐방길-중원문화길1코스의 풍경
충주 중앙탑사적공원 신라의 뿌리 깊은 역사도 강물 옆에 새겨졌다. 중앙탑공원은 국보 제6호이자 신라 시대 석탑 중에서 유일한 7층 석탑인 충주 탑평리 석탑 주변에 조성된 공원이다. 탑평리 석탑이라는 정식 명칭 대신 ‘중앙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통일신라 시대에 나라의 남쪽 끝과 북쪽 끝에서 한날한시에 출발한 두 사람이 이곳에서 딱 마주쳤다는 전설 때문이다. 이름만 듣고는 지루한 유적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남한강의 경치를 즐기며 한가로이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탄금호의 정취도 아름답지만, 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어 주말에는 소풍을 나오는 가족들도 많다. 넓은 공원 곳곳에 조형물도 많은지라 조각공원을 산책하러 온 기분도 든다.야경으로 유명한 탄금호 무지개길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빈센조’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충주 재래시장 순대만두골목 남한강 구경을 충분히 했다면 잠시 충주 시내에 들러 시끌벅적 맛있는 시장 구경을 할 차례다. 충주천을 사이에 두고 무학시장, 공설시장, 풍물시장, 충의시장, 자유시장 등 5개 시장이 조르르 한곳에 모여 있다. 특히 무학시장과 공설시장 사이 골목에 자리 잡은 순대만두골목은 충주를 찾은 사람이라면 꼭 찾아가는 명소. 골목으로 들어서면 할머니가 손수 빚어낸 손만두와 뜨끈뜨끈한 김을 피우며 익어가는 순대가 여기저기에서 손짓이다. 마음에 드는 가게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순대와 만두가 금세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순대와 만두를 함께 하는 집도 있지만, 맛으로만 따지면 순대 또는 만두 한 가지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한 수 위! 전국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손만두가 특히 인기인데, 포장과 택배도 가능하니 이 집 저 집 맛보기로 맛을 본 다음 명함부터 챙겨두자. 충주 순대만두골목의 음식들
이 밖에... 투명카약 체험이 가능한 활옥 동굴과 단풍빛이 고운 석종사, 충주댐 물문화관, 충주세계무술공원, 충주자연생태체험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남한강의 고장 충주에서 역사와 자연의 멋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왼쪽) 활옥동굴 내 호수에서 체험 가능한 투명카약 (사진 오른쪽) ‘택견’의 고장인 충주에 자리한 세계무술공원. 돌 미로원의 모습이 독특하다. 사진 출처: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