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홍수피해 해법, ‘홍수 총량제’ 도입
김 좌 관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올해는 힌남노, 난마돌 홍수 피해가 있었고, 매년 홍수 피해는 일상을 넘어 강력한 기후 위기의 후폭풍 효과로 자리 잡고 있다. 매번 땜질 사후처방은 이루어지지만, 근원적인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기후 위기로 더 강력해진 폭우와 더 극심해지는 가뭄 현상은 양극단을 달리고 있어 해법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도심에서는 불투수층의 증가와 우수 배제 설비의 용량 부족으로 짧은 시간 내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순식간에 발생하고 있다. 이에 근원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는 기후변화를 업고 달려드는 게릴라성 폭우를 감당할 재간이 없다. 늘 반복되는 이 재해를 통제하기 위해서 많은 예산을 동반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이고 근원적 처방이어야 할 것이다.
이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홍수 총량제’이다. 유역계획을 통해 할당된 홍수량을 ①지자체 혹은 소유역별로 홍수량을 총량 관리하고, ②유역주민의 참여를 기초로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치수 대책 마련하는 것이다. 물순환 도시계획, 분산형 저류시설 마련 등 기존에 국가 주도, 대규모 치수 대책이 아닌 주민참여, 유역 단위의 소규모 분산형 대책을 통해 치수 대책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한다. 강 상류부터 하구까지 소유역별 할당된 홍수량을 감당하기 위한 유역 맞춤형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기후 위기 시대에 맞는 홍수 대책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치수 정책은 홍수를 통제하기 위해 하천의 제방만 높이 쌓고 하천 준설만 주로 치중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홍수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강 하류부 홍수부담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낙동강의 경우 본류 구간은 높은 제방 탓에 홍수 범람이 발생하지 않는 반면, 하류부의 지천과의 합류부에서 지천의 물이 본류로 유입되지 못하여 제방이 붕괴되거나 범람하는 사례가 많다. 도시의 경우, 천수답을 가진 농부처럼 매번 내리는 비가 우리 사는 지역을 좀 피해 가주거나, 가볍게 스쳐주기만 바라는 것이 도시민의 심정이다.
따라서 치수 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크게 요구된다. 기후 위기에 가장 예민한 변화는 강우 패턴이다. 극심한 가뭄과 극한의 홍수량은 이제는 일상이다. 이에 근원적 대책인 ‘홍수 총량제’ 시행으로 우리 동네, 도시마다 감당할 수 있는 ‘홍수량’를 책임지는 것이다. 하천변 홍수터 확보, 도심 내 녹지대나 유수지 확보, 빗물이용시설 설치의 의무화, 대심도 터널 활용, 이층 하천 개발, 저영향개발공법(LID) 적용 등 유역 내 다양한 대책 마련을 통해 하천의 상습적인 범람 피해를 미리 방지해야 할 것이다. 이럴 경우, 홍수도 예방하고 가뭄 시에는 저장한 물을 유지용수나 각종 용수로 사용 가능하며, 비가 올 때 씻겨져 오는 비점오염원도 통제할 수 있다. 해당 유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느라 지역 경기 활성화까지 생각한다면 1석 4조의 효과가 있게 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상류 유역부터 하류 유역까지 할당된 홍수량을 단계적으로 감당한다면 우리의 땅과 하천은 건강하게 지속가능할 것이다. 물통합시대에 맞춰 수질 총량제에 이어 수량 총량제인 ‘홍수 총량제’를 국가 그린뉴딜사업으로 편입시켜 최근 홍수피해가 심한 지역부터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최근 수립되거나 수립될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유역물관리종합계획,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하천 유역종합치수계획 등의 법정 계획도 홍수총량제 입장에서 다시 살펴볼 일이다. 현재 하천유역수자원계획에서는 표준유역(전국 850개) 단위로 홍수량을 설정하고 있는 등, 홍수 총량제의 일부 개념을 도입하여 홍수량을 관리하고 있으나, 여러 관련 계획의 수립 주체 및 범위가 서로 달라 연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소유역별 계획의 내용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법, 자연재해대책법 등과의 연계가 필수적이고 지자체의 면적, 인구, 경제활동 등 특성을 고려하여 유역 단위 허용 홍수량 배분 검토가 추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쨌든 우리가 제방, 준설의 선 단위 치수 계획에서 유역을 대상으로 한 면 단위 홍수 총량제 계획에 동의한다면, 기후 위기로 인한 심각한 가뭄도, 예상치 못한 게릴라 폭우도, 감당키 어려웠던 빗물 오염도, 침체된 지역 경기도 모두 잡는 훌륭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