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의 시대로
뉴스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곳곳의 피해 소식을 접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최근 사상 최대의 홍수가 일어나 34년 만에 처음으로 출입구를 모두 폐쇄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서남부 지역은 20년 넘게 이어지는 가뭄에다 뜨거운 햇살로 바싹 메말라 가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동부 지역의 세 나라,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역시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1,300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같은 대륙의 또 다른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60년 만의 기록적인 홍수로 약 500여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상 기후의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이다.
슬프게도 이런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 주기는 해마다 짧아지고 있으며 그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단순히 지구의 평균기온이 조금 상승하는 기후변화 정도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 안보에 파국을 가져올 수 있는 고위험의 ‘기후 위기’로 바뀐 것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우리나라의 물 재해
이상 기후의 징후들은 우리나라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우리나라는, 2020년에는 기상 관측 이래 최장인 54일간의 장마와 역대 2위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그러다 작년 겨울부터 올봄까지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산불이 이어졌는데, 이 시기 동안의 누적 강우량은 평년의 55%밖에 되질 않았다.
이렇게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반복되는 ‘강수의 양극화’ 현상은 우리나라 기온과 해수면 온도가 세계 평균보다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세계의 흐름에 발맞춘 다양한 탄소중립 정책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로 인한 변화를 당장 체감하기가 힘들며 설사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실제 기후변화를 멈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뭄은 기후 위기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통합물관리를 통한 물 재해 대응
당장 코앞에 닥친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줄이려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통합물관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떠올랐다. 홍수와 가뭄 패턴을 기반으로 세워진 기존의 재해 방지 대책으로는 기후 위기에 따른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1년 국토교통부의 하천관리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되고 통합물관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홍수 피해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물관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1~’30)’에서는 가뭄과 홍수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물재해 안전체계 구축’을 추진 전략 중 하나로 설정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홍수로부터 안전한 방어체계를 구축하여 가뭄·홍수가 오더라도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통합물관리 시행 이후 계획부터 집행까지 일관적인 물 재해 대책이 세워질 수 있었고, 긴급재난 발생 시 지휘보고 체계의 통합으로 보다 신속하고 긴밀한 현장 대응이 가능해졌다.
첨단 기술로 한발 앞선 홍수 예측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더 큰 문제는 홍수일까, 가뭄일까?
기상청과 APEC 기후센터(APCC)가 국내 하천 유역별 강수량의 미래 변화를 분석해 봤더니, 지금처럼 탄소배출이 이어지면 60년 뒤 국내 강수량이 최대 70%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향후 통합물관리의 물 재해 대책에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홍수관리’라는 뜻이다. 이런 예측에 발맞추어 우선 2021년에는 ‘홍수위험지도’(floodmap.go.kr)를 확대하여 공개하였다.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에서 홍수가 일어날 경우, 하천의 범람에 따른 침수 범위와 깊이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지도이다. 댐의 수문 방류 24시간 전에 예고하여 주민들이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댐 수문 방류 예고제’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2025년부터는 홍수예보에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전국 지류까지 빠르고 촘촘하게 예측하며, 2023년까지 국가지방하천 합류부에 CCTV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하천 상황을 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1,179곳에서 운영 중인 하천 배수시설 원격제어시스템을 확대하고, ICT 기술을 적용한 홍수예보 체계와 소형 강물 레이더를 이용한 홍수 조기 예측시스템을 구축해 국지성으로 발생하는 홍수 피해도 최소화할 예정이다.
▲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floodmap.go.kr) [출처 : https://floodmap.go.kr]
물순환을 통한 가뭄 관리
역대급 가뭄으로 전국에 물 공급 비상이 걸렸던 올해, 가뭄에 대한 대책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기상 기록을 살펴보면 1970년대 이후 5~7년 주기로 큰 가뭄이 발생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는 추세다.
통합물관리를 통한 가뭄 관리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예측범위를 벗어난 최대가뭄이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며 물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 '가뭄 대응 공동 협력체계'가 만들어진 후, 기관별로 가진 수자원시설의 위치정보를 공유하고 여유수량을 파악해 가뭄 피해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빗물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현재 운용 중인 빗물 이용 시설을 활성화하고, 홍수취약지도와 마찬가지로 2023년까지 국가가뭄정보포털(www.drought.go.kr)에 권역별 ‘가뭄취약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또한 도시의 물순환 전과정을 고려한 ‘물 안심 도시’를 추진할 계획이다.
‘물 쓰듯’ 하는 시대의 종말
‘물 쓰듯 한다’라는 말이 흔히 쓰일 만큼 물 만큼은 언제나 풍족하고 마음껏 쓰고 살던 우리나라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1인당 연 강수총량은 2,546㎥로 세계 평균의 6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실제 수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도 적은 편이다.
전 세계에 짙게 드리운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물 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인식 변화와 참여가 절실하다.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지가 우리의 시간뿐만 아니라 우리 자손의 시간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통합물관리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