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포커스

기고

이진애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장 / 인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낙동강 하굿둑 기수생태계 복원

이 진 애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장 / 인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하구는 강과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즉 담수와 해수가 만나 섞이는 기수역으로, 일부 수역은 육지이고 일부 수역은 바다이다. 대부분의 하구는 약 10,000~12,000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상승하기 시작한 홀로세 기간 중에 형성된 지질학적으로는 찰나의 시간에 존재한다.

단위 면적 당 굴과 게의 수확량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동부 체사픽크만에서 독특한 수괴의 특성과 움직임을 십수 년 연구하던 Donald W. Pritchard(1922-1999)는 1967년 물리해양학적 관점에서 “외해와 자유롭게 연결되어 있고, 하천의 담수와 바다의 해수가 희석되어 측정 가능한 염분도의 구배를 보이는, 어느 정도 폐쇄된 수체”로 하구를 처음 정의했다. 필자가 1980년 뉴욕주립대학교 해양학과에 입학할 당시, 학과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분은 단연 Pritchard였다. 천재로 알려진 그는 특히 1988년 가뭄이 심해 미시시피강 하구에서 해수가 육지 쪽으로 침투되어, 120만 인구의 뉴올리언즈시에 수돗물 공급이 어려워졌을 때 하구의 물 흐름의 구조를 정확히 분석·예측한 후, 하구 바닥에 일시적으로 잠수 둑을 설치해서 도시의 상수공급을 성공적으로 해낸 분이다.

Pritchard의 하구 정의에 따르면 상층부에서는 담수가 바다 쪽으로 흐르고 저층부에서는 밀도가 높은 무거운 물이 강 상류 쪽으로 흐른다. 하구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물의 흐름이 어긋나는 역동적 물 덩어리를 이루고 있으니, 그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 또한 매우 독특하다. 염분의 구배에 따라 서식지가 다양하다 보니 생물다양성이 매우 크고 생산력도 높다. 하구가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가 엄청나다 보니 경제적 가치도 크다. 인간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니 하구에서 인류 문명이 발생하였고,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된 것은 당연하다. 농경과 교역 등의 인간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목적에 따라 인위적 변경은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낙동강 유역도 1987년에 취수원과 농경지의 염수 피해를 막고 하구 유역의 개발을 위해 하굿둑을 완공하였고, 하구역을 정비하여 산업용지 확보와 택지 개발 등 인프라도 함께 구축하였다. 그러나 단절된 흐름으로 하구 생태계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흐름이 막힌 강의 변화로 하구의 기능을 상실하였고, 특히 철새도래지의 기능도 상당히 상실하였다. 이 무렵 안건은 “철새가 밥 먹여 주나?”였고 이러한 관점은 아직도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최근 4대강 사업과 맞물려 이해 집단 간의 경제적 갈등은 물론 유역 간 지역사회의 갈등을 초래하여 정치적 이슈로 전개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로는 이해당사자들이 순조롭게 타협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과학적 현장 조사와 해석을 바탕으로 사회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검토해서 결정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환경 문제를 포함한 사회적인 문제는 옳고 그름의 범주에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다. 다양한 이해 집단 간의 협의를 통해 다수의 의견으로 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Garrett J. Hardin의 ‘공유지의 비극’에서 이익은 한정된 일부 집단이 독차지하지만, 그 피해는 전 구성원이 입고, 이를 처리하는 비용까지 책임을 지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해결 방안은 찾기 어렵다. 그렇지만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 큰 그림으로 답을 찾아갈 수 있으니, 이제는 기후변화 차원에서 모든 환경 관련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4대강 보 철거, 낙동강 하굿둑 개방 등을 포함한 유역생태계의 관리도 기후변화에 따른 기후 위기 또는 기후재난에 대처하는 방향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 산업의 변화, 재난 발생 증가와 같은 위험을 줄이는 적응(adaptation) 분야도 중요하다. 농작물 재배, 수종 변화 등도 미리 적응하는 방안을 수립해야 하며, 특히 해수면 상승에 대한 대처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하는 연안역에서 하구역은 우선적으로 하구 상부까지 영향을 받는다. 기후 재난에 대비한 유역관리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매몰 비용과 정치적 논리에 갇혀 결정을 미루는 것 보다 곧 다가올 기후 재난에 우선적으로 대처함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하굿둑 건설 이전의 낙동강 하구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60대 후반 이후 세대이다. 갈대숲으로 우거진 에덴공원과 을숙도를 왕래하는 돛단배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갈대숲은 최근에야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는 블루카본*의 하나이다. 최근 연안역 맹그로브, 하구와 염습지, 해초밭이 빠르게 훼손되거나 소실되어 퇴적물에 함유된 탄소가 다량으로 방출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힘들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하구역 블루카본 갈대밭과 해초밭의 보존과 복원은 매우 중요한 기후변화 적응 방안이다.

장기적으로 하구역의 복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하구를 보존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가능하면 부분적이라도 하구역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하구 생태계인 염습지와 해초밭을 복원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순기능의 연안역 보존 방안이며, 앞으로 하구 생태계 복원의 가시적 성과가 될 것이다.

* 블루카본 : 2009년 국제자연보존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과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 : UNEP)이 ‘The Management of Natural Coastal Carbon Sinks’와 ‘Blue Carbon’ 두 편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제안한 개념이다. UNEP은 탄소의 성격과 저장소에 따라 탄소를 색으로 분류하였다. 화석연료는 브라운카본(brown carbon), 숯 검댕은 블랙카본(black carbon), 육상 식생은 그린카본(green carbon), 그리고 해양 탄소는 블루카본(blue carbon)으로 구분하였다. 블루카본에는 바다, 산호초, 해초밭, 맹그로브, 하구와 염습지 등이 속한다.



남정호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

건강한 하구(河口), 생명의 강과 풍요의 바다를 위한 주춧돌

남 정 호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

강의 입구? 바다의 입구?

하구를 풀어쓰면 강의 입구가 된다. 왜 강의 입구일까? 바다에서 강으로 향하여 강을 통해 내륙으로 연결되는 게이트 역할을 한다고 해서 강의 입구라고 했을까, 육지 깊은 곳에서 출발하여 바다로 항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보아 해구(海口)라고 불러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어원을 알 길은 없다. 다만 해안가 근처의 높은 산 정상에서 강과 바다를 한꺼번에 보면 그 입구가 마치 동물의 입과 닮아 있고, 땅에 살면서 바다보다는 하천에 더 많이 의존했을 인간 삶의 특성을 반영하여 해구가 아닌 하구라고 불렀을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바다보다는 땅을 더 중요하게 여긴 사람들이 농사와 일상에 필요한 물을 제공하는 강에게 느꼈을 고마움이 묻어난다.


사회경제적 효용과 생태적 가치가 가장 높은 공간

육상 중심의 사회경제 체제는 근현대에 이르러 교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해안 중심의 사회경제체제로 전환했다. 해안 중 하구지역에 인구가 집중하고 산업이 발달한 것은, 넓은 평야에서 풍부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교역을 위해 물자의 생산과 운반이 용이한 배후 산업단지와 항만 개발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해안지역 인구밀도가 전체 평균보다 3배 이상 높고, 대도시와 대규모 산업단지가 하구 근처에 입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해안 특히 하구의 사회경제적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런던, 뉴욕, 상하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부산, 인천, 울산, 광양, 목포, 군산, 평택, 포항 등 주요 항만은 모두 하구에 입지하고 있다.

한편 생태적 관점에서 하구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독특한 기수역(汽水域) 환경이다. 조류와 어류, 패류, 염생식물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보전이 잘 된 하구는 같은 면적의 옥수수 밭에 비해 4~10배의 유기물을 생산하여 하구생태계를 부양하며, 육상에 기인한 오염물을 자연적으로 처리하는 정화기능도 있다. 하구 습지의 토양과 식물은 홍수 시 물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고, 모래톱은 해일 피해를 줄이는 천연방파제로 기능한다. 또한 다양한 생태경관을 제공하는 하구는 심미적 가치가 높아 관광과 여가, 휴식의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오래 전 연구지만, 하구의 단위면적당 생태계 가치는 하천, 호수, 대륙붕, 산림 등 다른 생태계에 비해 최대 75배(온대림)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하천이 없는 연안습지인 갯벌과 비교해도 하구의 가치는 2배 이상이라고 한다.


다원적 가치의 조화와 공존은 강과 바다의 미래

우리나라 서해안의 하구는 한강을 제외하고 모두 하굿둑이 들어서 있고, 도시, 산업단지, 항만이 발달해 있다. 남해안과 동해안은 간척 여건이 좋지 않아 낙동강을 제외하고 하굿둑이 없지만 섬진강(광양), 태화강(울산), 형산강(포항) 등 주요 하구에는 산업단지, 도시, 항만이 발달했다. 그동안 하구는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의 일방적 요구에 밀려 생태적 중요성과 가치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 중요성을 제기해도 하구 서식지의 물리적 변형과 생태계 훼손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고마해라, 너무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영화의 명대사는 하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마이 묵었다’는 과잉을 의미하고, 이는 다른 요소의 결핍 또는 희생이 기저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도를 펴놓고 연안을 따라가다 보면, 개발과 성장의 과잉, 생태적 가치의 희생과 결핍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하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5천 불이면 육상환경에, 1만 불이면 해양환경에, 2만 불 이상이면 생태계복원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일정 수준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삶의 질에서 환경, 생태계, 경관 같은 자연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제 하구에 드리운 불균형의 그림자를 걷어낼 때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잉과 결핍’을 ‘균형과 조화’로 전환하는 것은 다양한 가치의 공존을 지향할 때 가능하다. 하지만 가치의 공존을 실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천의 문제만 해결한다고, 또는 바다의 현안만 대응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하천과 바다의 상호작용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하구의 미래는 곧 하천관리와 바다관리의 성공을 나타내는 지시자라고 할 수 있다.

기수역이라는 하구의 특성 때문에 가치가 다양한 만큼 이를 대변하는 이해당사자가 많고 갈등구조도 복잡하여 해법을 찾는 과정이 용이하지 않다. 20년 전부터 하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하구의 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더이상 지켜만 보고 있거나 자연적으로 해결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 과거 성장과 개발을 위해 전력질주했던 것처럼 조화와 균형을 위해 지혜와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할 때이다. 성장의 가치와 보존의 가치, 육상의 가치와 해양의 가치,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 직접사용가치와 간접사용가치‧비사용가치의 조화와 공존을 담론의 영역으로만 남겨둬서는 안된다. 다양한 이해당자사가 머리를 맞대고 과잉과 결핍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제1차 물관리기본계획에서 3대 혁신정책에 반영한 ‘하천-하구‧연안 통합관리 강화’는 정책의 영역으로 하구를 끌어들인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수준이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책과 제도의 개발을 위해 지역주민, 민간단체, 산업체,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과 대학이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