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포커스

물분쟁

김정인 국가물관리위원회 물분쟁조정분과  위원 / 수원대 법·행정학부 교수

해외 물 분쟁 사례와 물 자원의 회복탄력성

김 정 인
국가물관리위원회 물분쟁조정분과 위원 / 수원대 법·행정학부 교수

물 분쟁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발생해 왔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 Institute)에 따르면 중동 12개국을 포함한 세계 17개국, 세계 인구 1/4 정도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한겨레신문, 2020). 인구증가와 물 관리 부실, 극심한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전 세계에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끊임없는 물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물 분쟁의 원인 및 특징은 무엇일까? 최근 발생된 해외의 물 분쟁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어떤 함의를 얻을 수 있을까?

물 분쟁은 물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 간 마찰과 갈등을 의미한다. 물론 물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고 또 복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 분쟁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물이라는 자원의 주요 특징과 관련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물 자원은 공유자원의 특징을 지닌다. 다시 말해 물자원에 대한 경합성은 높으나 배제성은 낮다. 이로 인해 물 자원은 재산권과 이용권이 명확하게 설정되기 어려우며, 공유지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물 분쟁 발생의 주요 원인은 이러한 물 자원의 특징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홍성만 외, 2004). 둘째, 물 자원이 영향을 미치는 대상은 사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동·식물 등 다양한 생명체, 나아가 흙, 돌과 같은 비생명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물 자원과 관련된 정책은 다양한 외부효과를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물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정책결정이 물 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강 상류 지역에의 물 자원 관련 정부정책이 강 하류 지역의 수량 및 수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부효과를 유발시켜 물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김종원, 2000).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 분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태평양 연구소(Pacific Institute)에 의하면 해외 물 분쟁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것이다(이하 Pacific Institute, 2019). 이 중 폭력이 수반되는 등의 심각한 물 분쟁 사건만 해도 기원전 3,000년부터 2019년 10월에 이르기까지 926건에 달하고 있다. 물 분쟁 발생 건수는 최근 들어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1990-1999년까지 177건, 2000-2009년까지 220건, 2010-2019년 10월까지 466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9년에는 1월부터 10월까지 26건의 물 분쟁 사건이 발생하였다. 2019년에 발생한 해외 물 분쟁 주요 사례들은 <표>와 같다.

<표> 2019년 발생한 해외 물 분쟁 대표 사례

<표> 2019년 발생한 해외 물 분쟁 대표 사례
지역 국가 주요 물 분쟁 내용
아프리카 말리
  • - 유목 부족과 농경 부족 사이에 땅과 물을 둘러싼 갈등. 무장충돌과 학살, 보복 악순환
  • - 2019년 수백 명이 숨지고 최소 50만 명 피난길에 오름
북미 미국
  • - 콜로라도 지역 내 유역 변경(water diversion)에 관한 분쟁
  • - 환경 파괴론자(eco-vandalism)가 콜로라도 로키 산맥 유역 변경·파괴
중남미 멕시코
  • - 멕시코 모렐로스(Morelos) 주 지역 수자원을 저해하는 화력발전소 반대에 관한 분쟁
  • - 화력발전소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 피살
동유럽 우크라이나
  •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의 포탄 파편에 의해 상수관 파손
  • - 320만 명 주민이 물 공급이 끊기는 위기에 처함
아시아 팔레스타인
  • -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이 갈릴리 호수를 비롯한 수자원 대부분을 장악하고 아랍인을 통제
아프리카 리비아
  • -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공급되는 수도관 파괴

자료 : Pacific Institute(2019) 내용 재구성.


이처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해외 물 분쟁 사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 발생하는 물 분쟁은 주로 물 부족 상황(물 공급 부족)에 기인한다. 인구 증가, 수자원 관리 부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깨끗한 물이 적절하게 공급되지 못하면서 물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 물 분쟁은 수자원 부족국(예: 건조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태평양 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2010-2019년까지 발생한 466건의 물 분쟁 사례 중 서아시아 204건, 아프리카 122건 등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아시아 83건, 아메리카 40건, 유럽 14건 등 물 분쟁은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해외에서와는 달리 국내에서 물 분쟁이 주목을 받은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물 분쟁은 (중앙-지방, 지방)정부 간 공유하천, 혹은 강 등과 관련해 주로 발생하였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극심한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물 관리 책임은 중앙정부 및 여러 지방정부에 분산되어 있어 물 분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양질의 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물 관련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향후 국내에서 발생 가능한 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발생한 물 분쟁을 해결하고 효과적으로 분쟁을 관리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분쟁의 사후 관리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물 분쟁 관리 전반에는 정부의 조정 및 중재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물 관련 정책의 수립 및 투명한 정책집행도 수반되어야 한다. 물 분쟁 관련 제도 및 규정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물 분쟁이 물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해외 사례의 함의를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 부족에 따른 물 분쟁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차원에서 물 자원의 회복탄력성(water resilience)을 증진시켜야 한다. 철저한 유역관리, 물 자원의 (재)활용, 담수화(desalination) 기술 향상 및 활용, 대수층(aquifer) 재충전 관리전략 마련 등을 통해 물 자원의 회복탄력성을 증진시키는 노력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종원 (2000). 게임이론을 통한 물 분쟁 해결방안 모색. 「국토」, 87-96.
한겨레신문 (2020). 지구촌 ‘물 분쟁’ 최근 10년새 466건…2배 급증. 2020년 1월 2일자.
홍성만 외 (2004). 공유재 이용을 둘러싼 정부간 갈등의 조정과 협력 분석.「한국정책학회보」,13(1): 107-132.
Pacific Institute (2019). Water Conflict Chronology. Pacific Institute, Oakland: CA.



김은주 국가물관리위원회 물분쟁조정분과 위원 /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대안적 분쟁해결제도와 물분쟁의 조정

김 은 주
국가물관리위원회 물분쟁조정분과 위원 /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세계적으로 물부족 상황이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비가 적게 오는 곳은 아니지만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특성상 실질적으로 1인이 사용가능한 수자원량은 매우 부족하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현상으로 예기치 못한 가뭄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농업용수, 공업용수의 부족으로부터 저수지의 고갈로 인한 음용수의 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과 심각성을 가진다.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여 국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이와 맞물려 물분쟁도 다수 발생하고 있는데 앞으로 물부족 현상이 가시화되거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더욱 심각해지면 이와 관련된 물분쟁 역시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물과 같은 자연자원에 관한 분쟁은 매우 복잡한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분쟁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불확실하거나 과학·기술적인 쟁점이 포함되며 개인 혹은 지역차원의 고유한 역사적 배경이나 관점도 존재한다. 더욱이 당사자들은 과학적 결론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정치적 요소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물분쟁은 당사자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는 매우 어렵다. 종래 물분쟁은 소송을 통해 해결되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분쟁의 당사자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고 협력의 대상인 자치단체, 공기업, 지역주민 등과의 관계에서 불가피한 반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조정제도는 이러한 소송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대안적 분쟁해결제도(ADR)의 하나이다. ADR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이론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것으로서, 소송이 아닌 조정, 중재 등과 같은 대안적 해결수단의 이용이 증가하자 이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그 장점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초기에는 조정 등의 ADR 수단들이 분쟁해결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경제성의 측면이 강조되었으나 점차 분쟁해결수단으로서의 유용성이 주장되었다. 즉, ADR은 재판이 아닌 비공식적인 방법들을 통해 각 당사자들의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며, 분쟁과 관련된 여러 당사자들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갈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당사자가 아닌 자의 구제에도 용이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논의를 거쳐 조정 등의 ADR이 제도화되었다. 특히「환경분쟁조정법」에 근거하여 환경분쟁 즉, 환경피해에 대한 다툼과 환경시설의 설치 또는 관리와 관련된 다툼에 대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알선, 조정, 재정 및 중재가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분쟁조정법」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관련하여,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절차가 신속·공정하고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조정의 절차에 참여하는 분쟁 당사자들은 상호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절차에 임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조정(調停)과 관련하여 재판상화해와 같은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분쟁조정제도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상·재산상 피해를 간편한 절차와 적은 비용으로 신속·공정하게 해결하는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 온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조정(調整)제도의 운영에 있어 당사자간의 자율적 해결이 중심이 되는 조정(調停)보다는 준사법적 성질을 띠는 재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ADR이론가들을 중심으로 비판적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이제「물관리기본법」의 시행과 함께 물관리위원회가 물분쟁의 조정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물관리기본법」상 물분쟁은 “수자원의 개발·이용 및 관리 등에 관하여 의견이 달라 발생한 다툼”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수자원의 개발이나 이용과 관련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인한 분쟁, 관리비용의 분담에 관한 분쟁, 개발에 따른 환경피해에 관한 분쟁 등 다양한 분쟁이 포함될 수 있다.

「물관리기본법」이 물의 안정적인 확보, 물환경의 보전·관리, 가뭄·홍수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의 예방 등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고 통합물관리, 협력과 참여 등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만큼, 물분쟁조정제도 역시 분쟁의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고 개인이나 지역사회 그리고 관련 기관들의 관계가 협력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며 환경피해를 예방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제도로서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