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포커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자원인 물.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우리가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래자원으로서 물에 대한 산업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물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물산업은 어디쯤 왔을까.

김성표 한국물산업협의회 기획위원장 /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물산업 : 물가치의 완성

김 성 표
한국물산업협의회 기획위원장 /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2015년 제70차 UN총회에서는 전세계 지속가능발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17개를 선정하였다. 이 중 목표 6은 깨끗한 물과 위생에 대한 것으로 인류의 생존에 있어서 불가결한 요소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물의 중요성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은 교과서적인 선언적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 물의 희소성에 의하여 시장적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다. 2021년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의 주제가 인간이 물로부터 얻는 사회, 생태, 문화 및 경제에서 얻는 ‘물의 가치’로 선정된 것은 물의 가치가 시대정신을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0년 9월, 세계 금융의 중심 미국 나스닥에는 사상 최초로 `물` 선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선물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현물(커피 등)의 희소성으로 인한 가격 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에 이러한 수요-공급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미래 시점에서 인수하기로 예약하는 것을 말한다. 물 선물 거래는 물의 수요와 공급의 불확실성이 확실히 경제적 수준으로도 한계에 도달했음을 반증한다.

시장적 가치는 결국 관련 산업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국내 물 산업은 상하수도를 위한 건설, 유지관리 및 병물 사업 등을 포함하며, 2017년 현재 36조 원이 넘는다. 전세계적으로는 7.252억불 규모로 반도체를 넘어가는 대단히 큰 가치를 지닌 산업이다. COVID-19가 전 세계 사회 시스템을 뒤흔드는 현시점에서, 현대화된 상하수도 시스템의 구축과 유지관리에 동력이 되는 물 산업은 국민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지키는 인류에게 필수적인 산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류의 지속성에 대한 사회, 생태, 문화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실질적 시장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물산업은 왜 유력한 성장동력을 가진 사업으로 발전하지 못하는가?

지금까지 국내 물산업이라 하면 주로 물인프라(수도시설, 하수처리장 등)건설을 의미했다. 이는 주로 공공사업이기에 지자체와 정부의 예산과 의지와 관련된 사항이다. 결국 공공 발주를 통해 민간 기업이 수행하는 시장구조이다. 물론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정부 주도의 공공인프라 건설을 통한 국민에게 필수적인 물복지는 훌륭하게 달성해 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공사업의 발주가 주로 가격경쟁입찰제도로 이루어져 물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할 수 없었던 요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국내 물기업 산업구조가 평균 인력 12명, 평균 매출액 28억원으로 대표된다. 건설업 기업의 평균 매출액이 80억인 것을 생각해 보면 국내 물기업의 현실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내 물산업을 어떻게 유력한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물산업의 비즈니스가 물인프라(하드웨어)의 제공에서 운영관리(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이는 바로 국내외적으로 물기업들이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기존의 인프라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IT 기술, 모니터링, 에너지 절감)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보다 중요하게 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이는 기업 스스로 기업가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며 새로운 방향으로 출발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물산업 내 진정한 의미의 대기업이 하나도 없는 현재의 시기에 지금은 정부가 물산업 진흥을 위해 새롭게 기업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은 무엇에 촛점을 맞추어야 하는가?

첫째, 국내 시장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사업 수주에 대한 평가제부터 먼저 손을 봐야 한다. 공공성이 큰 물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보다 정교한 기업의 평가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국내 공정선정 평가에서 운영안정성과 운영비 적절성 평가가 부족한 현실은 보다 더 중요해지는 기술과 운영의 노하우를 가진 기업을 적절하게 골라낼 수 있는 물시장의 구조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영시장이 중요한 시대에는 이에 걸맞는 평가 제도가 갖추어져야 한다.

둘째, 정부는 이제 물산업 관련주체들의 교통정리와 컨트롤타워를 고민해야 한다. 환경부는 최근 그린뉴딜에 약 73조 원을 사용하여 일자리 69만개를 창출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물 관련 사업에는 내년에 약 1조 6백억 원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린뉴딜의 재정 투입의 내용을 보면 2023년까지 여러 가지 센서를 확충하고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을 이용하여 하수처리장부터 댐 관리까지 하겠다고 되어있다. 노후화된 상하수도 시설의 최적화를 위해서 센서와 인공지능을 쓰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재정 투자가 물 산업의 마중물로서 실제로 기능하려면, 지자체의 이후 이를 실제로 운영하려면 운영 역량, 교육, 이후의 물기술의 발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물산업 진흥을 위해 생겨난 물산업클러스터, 물기술 인증원, 물산업협의회 및 기존의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환경기술원 및 대학이 이러한 시장을 어떻게 함께 만들어가야 할지 정부가 중심을 잡아내야 한다.

물 산업은 공공재인 물에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이며 실질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물가치를 우리 현실에서 완성하는 일이다.
물가치가 구호로 끝나지 않고 시대의 정신을 구현하는 물 산업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