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 Vol. 3
정부는 지난 7월 14일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2025년까지 안전망 확충과 10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린뉴딜’과 ‘디지털 뉴딜’이 양대 축인데, 특히 COVID-19의 유행과 기후변화로 인한 수해로 그린 뉴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린뉴딜 : 기후위기를 대비하는 통합적 물 관리
송 미 영
국가물관리위원회 계획분과장 / 경기연구원 경영부원장
국가와 유역 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고 국가 물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있으며 이 계획과 관련한 논의가 숙성 중이다. 물 분야에서의 오랜 숙제 중 하나인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물 관리는 단기적으로는 국가 및 유역에서의 물 관리 쟁점을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후생태 위기의 대안으로 작동해야 할 과제이다. 성장과 개발의 시대는 정점을 지나고 있고, 다양한 환경자원의 고갈과 함께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급박하게 다가오고 있다. 예전에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나 논거였던 치솟는 기온, 해수면의 상승,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비상시대는 장기전이 될 양상이다.
경제적으로 우리는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환경 문제 대응, 효율, 소비구조 측면 등에서는 개도국, 신흥국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이제는 개혁과 혁신을 통한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순환 등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물 분야에서도 순환경제와 지속가능사회로의 전환 필요성과 논의는 끊이지 않고 있으나 우리의 실상은 우리가 꿈꾸는 비전과는 거리가 멀다. 그 와중에 우리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에서는 전 세계 방역 교과서를 새로 쓰는 위업을 달성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되고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되지 않는 감염병 방역이 무엇 때문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K-방역이라 불리는 우리의 신화가 ‘기후위기와 통합적 물 관리’에서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물 관리 분야에서도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혁신과 개선을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물 기본법의 입법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이제까지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 어디쯤엔가 위치하며 어떻게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 싶어 하던 욕구를 물 분야에서 실현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포함해서... 그 계기가 정부가 주창하는 ‘한국판 그린뉴딜’이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에서의 물 분야는 부족하지만 새로운 시도들이 접목된다면 혁신이 일어나고 발전할 여지가 생겨날 수 있다.
아직도 우리에게 물은 제대로 모으기만 하면 쓸 만큼 충분한 자원이다.
그러나 물의 질은 이미 국내에서도 하천이나 호소마다 충분하지도 적정하지도 못한 수준이다. 물은 생활의 편리함을 보장해주는 기반이자 식량 경제를 뒷받침하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우리가 자급하지 못하는 수많은 농작물과 식량이 세계 어디선가 부족하게 되면 그 부족을 메우기 위한 국가 간의 생존경쟁에서 우리의 안전해 보이는 현실도 금세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미 우리는 하루 평균 사용하는 물의 양에 신경 쓰지 않고 있으며 생산활동을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물을 끌어다 쓸 작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끌어다 쓸 수 있는 물도 점점 제한적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좀 더 물을 적게 쓰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다시 쓰고 또 쓰는 이용 방식으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자원과 마찬가지로 물의 자급이 가능해지고 다른 나라에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성장의 시대에는 인프라를 새로 설치하고 이를 잘 관리하기만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제까지 설치한 방대한 인프라를 교체하거나 유지 보수해야 하며 제한적인 자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문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감염병 같은 눈 앞의 비상 상황에 적응해가면서, 동시에 미래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 관리가 자원순환, 대기 등 여타 환경의 다른 부문에서의 기후위기 대응보다 더 발 빠르게 앞서 나가려면 물 관리의 다양한 정책 결정 과정은 물론 기술적, 사회적 단계마다에서의 새로운 발상이 요구된다.
우선 물 관리 정책의 입안 과정에서 통합적이고 수요를 중시하며 효율을 높이는 기틀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또한, 일상적 경제활동의 제조·생산, 유통·소비, 분리·배출 단계는 물론 재이용과 순환 등의 모든 단계에서 물의 수요관리와 함께 효율을 높이는 수단들이 갖춰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수단들이 작동할 수 있도록 물 관련 각종 계획의 중장기 비전과 목표가 지속 가능하도록 사회문화적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정책 결정의 과정은 물론 새로운 관리체계의 도입에서도 긍정과 부정적 작용들이 수없이 일어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방향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위원을 포함하는 물관리 분야의 전문가들과 실무 공무원들의 공감과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가 공감해야 해야 할 숙제들을 힘들고 더디더라도 헤쳐나가고 실질적으로 물의 이용과 관리가 지속 가능하도록 우리가 함께 비결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린뉴딜이라는 새로운 도전과제 속에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통합적인 물관리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우리의 열정과 역량을 모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