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 Vol. 2
올 여름 50일이 넘는 역대 가장 긴 장마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런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권의 폭우, ‘가장 추운 마을’이라는 시베리아의 폭염, 호주의 산불 등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기온 기록이 깨지고 있는 지구의 경고 메시지, 기후 변화. 과연 우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해 어떻게 물관리를 해야 할까?
“전쟁같은 자연 재난, 평상시에 준비해야”
김형수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 / 인하대 교수
노아의 홍수는 짧은 기간 동안 언제 발생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카오스적(혼돈) 현상이고, 요셉의 7년 가뭄은 그 기간이 길며 계속 지속하고자 하는 현상이다. 즉, 비가 언제 한꺼번에 쏟아질지 모르고, 비가 얼마나 오랫동안 아주 적게 내릴지 또는 내리지 않을지 모르는 현상이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지구와 사람들은 비닐하우스 안에 갇혀가고 있고, 이로 인해 작은 온도 변화가 큰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를 보이고 있다. 즉, 노아(홍수)와 요셉(가뭄) 효과가 시간과 지역에 따라 번갈아 가면서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 변화로 인한 하천의 설계 강우량이 현재보다 5%(2025), 25%(2055), 35%(2085)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RCP 8.5)(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사업단, 2014). 또한 여름철 홍수기에는 시간당 50mm 이상의 강우 발생 횟수가 급격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연평균 강우량은 과거 10년(2002-2010)과 최근 10년(2011-2019)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18% 정도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홍수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반면 강우량 감소로 가뭄도 악화하는 경향성을 띄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올 여름 54일 이상의 기록적인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30여명의 안타까운 인명 손실과 많은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그러나 홍수는 지나가면 금방 잊혀지는 특성이 있어 홍수 예방과 대응을 위한 투자는 당장 눈앞에 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예산 투입에 인색하다. 서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진짜 투자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긴 장마와 연속적인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만 평생 한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호우와 태풍과 같은 자연 재난을 전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충분히 지속되어야만 한다.
자연 재난은 전쟁과 같고, 기후 변화로 인해 전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평상시 군인들이 교육과 훈련으로 전쟁을 대비하는 것처럼 자연 재난도 평상시에 준비를 하여야 한다.
이번 홍수피해의 원인으로 제방 부실과 하천 범람, 산사태, 댐방류, 저수지 붕괴, 하수관 역류, 지하차도와 저지대의 상습침수지역 등이 언급되어지고, 호우와 강풍으로 인한 해안 및 어항 피해 등도 발생하였다. 따라서 제방점검 및 보강, 산사태 감시와 고위험 지역의 주민 이주, 기후변화를 고려한 댐방류 기준 재검토, 저수지의 관리 실태 점검 강화, 도시지역의 침수 위험 구역화 및 맞춤형 대책, 지하차도 차단막의 디지털화,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도시계획/보험/대안 마련, 호우와 강풍에 의한 해안지역 피해 최소화 방안 등의 대책이 필요하나 모든 것이 예산 투입과 연구가 필요한 내용들이다.
물관리 일원화와 통합물관리, 기후 위기와 뉴딜 정책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하다. 즉, 하천의 공간 확보를 최대화하고, 상류부터 물길이 자연하천처럼 구불구불하게 하여 강물이 천천히 흐르도록 하고, 유역을 토대로 빗물이 떨어지는 그 자리에서 저류 공간을 확보하되 자연을 모방하고 닮아가는 대책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의 제방 및 빗물펌프장과 같이 시설을 통한 구조적 대책, 홍수 예경보시스템 및 재난보험 같은 비구조적 대책과 함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생태계 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재난위험관리(Eco-Disaster Risk Reduction, Eco-DRR)를 통해 재난안전 회복탄력성(Resilience) 증대를 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유역, 지자체, 구역별 특성에 따른 규모별 통합물관리와 연계되어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국민 삶의 안전망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물 분야의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활용이다. 기존의 구조적 및 비구조적 대책들의 디지털화와 생태계 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재난위험관리의 그린 뉴딜을 병합하는 것이다. 그린 뉴딜은 땅 위의 물길과 녹지의 연계 및 땅 속의 물길과 녹지의 연계를 통한 블루 그린 인프라의 구축이다. 이것은 유역과 도시 공간 계획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유역 중심의 물 재분배, 지하수 함양, 증발산 관리, 유역 오염원 관리, 유역 생태계 관리를 통한 자연 재난 관리 그리고 물 절약 기술, 물 생산성 향상, 물 재이용 등을 통한 기후변화 극복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국토와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필히 자연 재난을 고려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구축과 평상시 재난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다. 생활 속에서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통합물관리 치수정책에 있어서 농업용 저수지의 역할
최경숙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경북대 교수
ks.choi@knu.ac.kr
최근 장마 및 집중호우로 인한 역대급 홍수피해 발생으로 많은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여 수자원 관리 선진국으로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같은 피해가 천재인가, 인재인가에 대한 논란 속에서 분명한 것은 치수 관련 사전대비가 철저히 이루어졌다면 피해 규모는 많이 경감될 수 있었을 것이다. 금번의 뼈아픈 홍수피해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똑같은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국가차원의 치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사전대비 정책 방안들을 제시하고, 이를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야 하겠다.
미래에는 현재보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 현상에 의해 극한 기상 현상들의 발생이 빈번해지고, 이로 인한 홍수·가뭄 등의 재해 발생 확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견된다. 따라서 지역별 홍수기 여건을 감안하여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홍수 위험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통합물관리 시행에 따라 유역통합물관리체계 구축에 있어 이수, 치수, 환경 분야의 균형 있는 물관리를 추구하고, 본류 위주의 치수관리가 아닌 지류·지천을 포함하는 유역단위의 상하류 연계 다면적 홍수조절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류 하천의 홍수량 분산을 위해 지류·지천에 위치한 농업용 저수지의 치수기능 강화 및 보강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최근 홍수재해 발생에 있어서 농업용 저수지는 비교적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저수지의 재해 발생 위험요소는 상존해 있다. 이는 대부분의 농업용 저수지가 이수 기능에만 치중되어 있고, 큰 규모의 저수지를 제외하고는 치수기능이 거의 없어 홍수재해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하천 상류유역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는 농업용 저수지의 특성상 월류에 의한 붕괴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하류 마을 전체를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50년 이상 경과된 초고령 저수지가 전체 저수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노후 저수지 개보수사업 예산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폭우, 장마 등에 의한 노후 저수지의 재해발생 위험성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이상홍수 대응을 위한 안전강화를 위해 농업용 저수지의 기능개선이 필요하며, 저수지 하류지역의 홍수재해 발생 가능성을 저하시키고, 본류 하천의 홍수경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수지 치수능력증대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치수 안전성 평가를 통해 저수지 여수로 확장, 비상여수로 및 비상수문 설치 등으로 홍수배제능력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상류 유역으로부터 물 유입량이 많고 하류 피해 발생 가능 규모가 큰 지역을 선별하여 저수지 물그릇키우기사업 등을 실시하여 치수능력을 증대하여야 하겠다.
기후변화에 의한 극한홍수·극한가뭄 발생에 대비하여 새로운 신규 저수지의 축조는 지양하는 대신, 기존의 시설을 활용하여 제방둑높이기, 준설 등을 통해 저수지의 기능을 개선함으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치수 목적뿐만 아니라 이수 안전도를 증대하고, 지류·지천의 하천유지용수 공급에 의한 수질개선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실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농업용 저수지에 ICT 기반 계측 제어시스템을 활용하여 상시모니터링을 통한 스마트 제방관리로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노후화 및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강우 및 지진 등 저수지 위험요인 증대에 선제적인 보수보강으로 제방 월류·붕괴로부터 사전예방을 도모하는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ICT 기반 농업용 저수지 리뉴얼 사업과 더불어 저수지 치수능력증대사업을 일정 규모 이상의 저수지를 대상으로 확대실시하여 노후된 저수지의 잠재적 재해발생 위험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고 지류·지천 연계 홍수조절에 농업용 저수지를 적극 활용하므로써 통합물관리 차원에서의 치수목적을 달성하는데 농업용 저수지가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치수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댐저수지 붕괴에 따른 비상대처계획(EAP) 수립에 저수용량 30만톤 이상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실제 중소규모 저수지에서도 붕괴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EAP 수립기준의 보완이 필요하다. 저수용량 외에도 저수지 경과연수, 하류지역의 피해규모 등 다양한 위험인자를 고려하여 EAP 수립기준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겠다.
고대로부터 우리의 선조는 치산치수를 중요하게 여기고 적재적소에 저수지 축조를 통해 그 시대 여건에 적합한 슬기로운 물관리를 해 왔다. 저수지의 기능이 단순히 이수측면에만 국한되지 않고 치수기능을 부여하여 지혜롭게 홍수관리에 활용한다면, 국가차원에서도 시설의 효율적 이용과 더불어 국가가 지향하는 통합물관리 실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에 적합한 수준의 재정투입은 지향하는 목표를 이루는데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