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기획기사 통합물관리로 열어가는 상수도의 미래

인류 번영의 열쇠, 상수도 기술


인류가 생명을 유지하고 번영하는 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인 물. 인간이 마실 깨끗한 물을 도시 구석구석으로 실어 나르는 상수도 시설은 현대 문명의 핵심 인프라다. 세계 인구가 60억 명까지 늘어나고 문명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에서도 상수도 기술은 첫째로 꼽힌다. 고대 로마인들이 만든 도시에서 가장 경탄할 만한 것은 인공수로를 만들어 안정된 수자원을 공급하는 기술이었다. 화려하게 번성하던 고대 도시가 수인성 전염병으로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던 로마제국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위생적인 물의 안정적 공급이 핵심이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공공수도 시스템이 없었다면 인구 100만의 거대한 로마제국은 유지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1) 오늘날과 같은 정수처리 방식의 수돗물은 19세기 초 유럽의 도시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위생에 대한 관념을 일상생활 속에 심어놓아 인류 수명을 증가시키는 데도 큰 공헌을 했다. 영국 신문『더 타임즈(The Times)』는 20세기 들어 인류의 수명이 약 35년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30년은 깨끗한 수돗물의 보급 덕분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2)


우리나라 상수도의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에 상수도가 흐른 시간은 이제 겨우 110년. 고대부터 이어진 로마 상수도의 역사에 비한다면, 우리에게 수돗물이 공급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1906년에 시작한 뚝도정수장의 공사가 1908년에야 마무리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도는 1908년 서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3) 출발이 늦은 대신 우리나라의 상수도 시설은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계획하에 발전해 왔기에 먼저 시작한 유럽 지역이 부럽지 않을 만큼 고도로 발달한 상수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환경부가 2022년 1월에 발표한 ‘2020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2020년 기준으로 무려 99.4%에 달하며, 전국으로 공급되는 수돗물의 총량은 6,651백만㎥으로 1인이 하루에 295L의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관 총연장은 22만 8323㎞, 지구를 5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4) 이 모든 것이 1960년대 본격적인 상수도 건설 사업을 시작한 이래 불과 50년도 안 되어 이뤄졌다. 한국전쟁 후 아시아 최빈국으로 깨끗한 물을 구하기조차 어려웠던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동안 산업화를 이루고 급속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상수도 역시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발달했다.

1980년대에는 단순한 물 공급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질관리 기반을 조성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물 환경 관리를 시작했다.5)

2000년 이후에는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설치된 노후 수도관을 교체하는 동시에 지방상수도의 현대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물관리 주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통합물관리를 통해서 상수도 부문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통합물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


시민들이 일상에서 사용할 물 공급을 담당하는 상수도는 통합물관리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국민 대다수가 물 걱정 없이 양질의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깨끗한 수돗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는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연계를 통해 용수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마을 상수도 관리를 더욱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6)

산업화 시대의 노후화된 정수장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하여 고품질의 수돗물을 생산하며, 상수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생산공정을 최적화하는 작업 또한 2023년까지 완료 예정이다.

사진설명 상수도의 안정성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탄소중립 수돗물 생산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 상수도의 안정성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탄소중립 수돗물 생산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를 대비하는 상수도


글로벌 최대 화두인 기후 위기 극복에도 상수도의 역할은 중요하다. 효율적 물관리는 단계별로 온실가스를 최소 20%에서 최대 100%까지 감축할 수 있어, 전 세계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7) 수돗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은 1㎥당 0.512g에 불과하지만, 같은 양의 먹는샘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271g, 정수기를 사용하면 677g이 발생한다.8) 수돗물과 비교해보면 먹는샘물의 탄소 배출량은 수돗물의 500배, 정수기의 탄소 배출량은 무려 1,322배이다. 정수기 물 대신 수돗물을 마시면 약 56.2kWh의 전기를 절약하여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또한 수돗물 음용이 일상화된다면 국민 1명당 한 해 동안 사용하는 평균 96개의 플라스틱 생수병을 줄여 환경보호에도 일조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돗물을 생산하고 이송하는 펌프 등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수돗물 이용이 탄소중립 실천의 지름길이 되려면 이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들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상수도 시스템 구축 필요


탄소중립을 위한 손쉬운 실천 방법일 뿐만 아니라 통합물관리에서 가장 가깝게 체감하는 분야가 수돗물이지만, 이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21년 환경부와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실시한 ‘먹는 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돗물을 그대로 먹거나 끓여서 마시는 비율이 36%로9) 정수기를 설치해서 먹는 비율 49.5%보다 낮고, 먹는 샘물 32.9%보다는 다소 높았다.

사진설명 우리나라 국민의 36%만이 수돗물을 먹는 물로 사용한다. (출처) 2021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 우리나라 국민의 36%만이 수돗물을 먹는 물로 사용한다. (출처) 2021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같은 조사에서 수돗물을 먹고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먹는 수돗물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만족’ 69.5%, ‘보통’ 27.3%로 나타났다. 또한 수돗물 만족도 향상을 위하여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제도와 정책으로는 ‘노후화된 수도관 교체’(27.8%)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원수(상수원)의 수질 관리’(27.3%), ‘정수장 시설의 현대화’(11.8%) 등의 순이었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고, 국민이 가지는 수돗물에 대한 기대 수준 역시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수돗물 음용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면 수돗물 생산과정에서부터 음용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믿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신뢰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수질사고를 사전에 최대한 예방하는 동시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적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철저한 매뉴얼부터 확립해야 할 것이다.


1) 인류 문명 발달 이끈 물 관리, (2019.07. 서울워터)
2) 기후변화와 COVID 팬데믹 하에서의 통합 물관리 과제와 시민체감형 수도정책 (2021.01.15. ecomedia)
https://m.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593473941006
3)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http://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jsessionid=VRSsaC06aMHpoJrbg1J21TWIExElGRvLB4M1YZpFgv6hBpthb3EHry1dTefg1Poc.cpawas_servlet_engine1?pageNo=1_1_2_0&ccbaCpno=2111100720000
4) 2020 상수도 통계(환경부. 2021.12.30.)
5)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 (관계부처합동. 2021)
6)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 (관계부처합동. 2021)
7)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 (관계부처합동. 2021)
8) 수돗물을 마시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 https://www.2050cnc.go.kr. 2022.03.04.)
9) 2021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환경부·한국상하수도협회. 2021.10.)